영화 「타인의 삶」 감상
올해 재개봉했을 때 예약까지 했다가 일정이 꼬여 결국 못 보고 넘어갔는데... 웨이브에 있었네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동독에서 행해진 민간인 사찰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강렬하고 슬픈 주제를 담담하고 조용하게 그려내 더욱 인상이 깊습니다.
국가보위부 대위 ‘게르트 비즐러(울리히 뮤흐)’가 유명한 극작가 ‘게오르크 드라이만(제바스티안 코흐)’을 감청하는 임무를 맡고, 그의 삶을 엿보며 영향을 받고 변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관객’과 ‘좋은 사람’. 둘 다 비즐러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비즐러가 드라이만의 연인 ‘크리스타 마리아 질란트(마르티나 게덱)’를 만났을 때, 비즐러는 자신을 ‘당신의 관객’이라 소개합니다. 드라이만이 각본을 쓰고 질란트가 연기한 연극을 봤고, 도청을 통해 그들의 삶을 봤거든요.
흥미롭게도 그와 동시에 비즐러는 관객에서 벗어납니다. 무대와 떨어진 객석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관객이 무대 위의 배우에게 말을 걸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간섭을 했으니까요. 이제 비즐러는 관객이 아니라 당사자가 되었죠.
더불어 드라이만도 누군가의 삶에서는 관객이었고, 그들의 삶에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타인의 삶이란 내 것은 아니지만 내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 내 일부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사람’은 좀 더 넓게 퍼져 서서히 스며듭니다.
인간성을 상실한듯한 초반의 비즐러는 빈말로도 좋은 사람이라 말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드라이만의 삶을 보며 그에게 동화하듯 비즐러는 변해갑니다. 드라이만의 슬픔에 비즐러가 눈물을 흘리고, 질란트에게는 직접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종국에는 드라이만이라는 경계를 넘어 누군지도 잘 모르는 이웃 꼬마의 실언도 조용히 넘어갑니다. 영화 초반의 비즐러였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텐데요.
비즐러가 좋은 사람인지, 좋은 사람이 되었는지,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만하지요.
잔잔하지만 흡입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꼭 한 번 보세요―!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타인의 삶
- The Lives Of Others
- 웨이브
- 2024년 11월 17일
- ★★★★☆ 바라보고, 탐색하고, 동화되는 타인의 삶
이미지 출처 : CGV 홈페이지